< 작가노트 >

 

 어릴 적,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말을 수시로 하고 다녔다. 그것이 죽음의 공포에 대한 자기방어였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. 나는 죽음에 관심이 많았다. 사람들은 어릴 적 트라우마에 대해 묻지만 그것과는 무관한 듯 하다. 죽음이 고통스러운 삶의 탈출구일지 모른다는 생각에도 동의하지 않는다. 

 삶과 죽음이 철망 사이 바닷물이 이리저리 오가는 것처럼, 경계가 없는 어떤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. 삶과 죽음이라 이름지어지는 순간, 그 실재는 없어지고 서로 이어져 있던 끈도 사라지는 듯 하다.

 보이지 않지만 존재를 확신할 수 있는 그 죽음과 삶의 경계를 작품으로 옮기고자 한다. 있음을 넘어선 어떤 것, 무슨 말로도 채워지기 힘든, 작품 앞에 섰을 때 비로서 그 존재가 보이기를 바라는. 그것이 바쁘게 코끝을 오가는 들숨과 날숨의 형태로, 혹은 성글어진 씨실과 날실 사이 이리저리 통과하는 가벼운 공기 몇 그램의 무게로 다가오기 바란다. (2021)